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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읽는 Business Issue/판례 산책

[상사판례] 개인에게 빌려준 돈을 법인에게 받아내기 위한 조건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

by 백변호사 2023. 8. 12.

 


 

# 법인격 부인이란 무엇이고 왜 문제되는가?

 

상법은 회사를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이라고 정의합니다(동법 제169).  ‘회사는 법인이다는 이러한 정의에 따라 주식회사, 유한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 등 모든 형태의 회사에는 법인격이 부여됩니다. 법인이라 함은 자연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영어로는 'legal entity', ‘legal person’이라고도 합니다. 즉, 법인은 법률에 따라 인격이 부여되어 독자적이고 독립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부담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들어 AI에 대해서 전자인간으로서의 인격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넓게 보자면,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인으로서의 성질은 법률상 부여된 것이므로 쉽게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독립된 법인으로서의 권리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심히 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법인격을 부인하고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물론 그렇게 볼 만한 경우가 현실세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소송 과정에서 원고가 이를 주장해서 관철해 내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살펴볼 사건은 법인격부인의 역적용에 관한 사례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법인격 부인은 해당 법인 배후(behind)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인데 반해, 역적용이라 함은 배후의 법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입니다. 가령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어느 사람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출자하거나 회사에 재산을 이전하는 경우, 회사는 배후자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채권자가 자신의 재산을 별도 설립한 법인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은닉한다. 이것은 정의와 형평에 반하니 그 법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되는데, 이 지점에서 민사상 채권자취소권(민법 406조)과 유사한 성질이 있습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사해행위)에 대해 소로써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래서 실무상으로는 '사해행위취소송'으로 제기가 됩니다. 

 

형사상의 자매품으로는 강제집행면탈죄가 있습니다.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범죄행위입니다(형법 제327조). 주된 요건은 결국 채권자를 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인격부인을 다루는 민사소송에 들어가기에 앞서 혹은 그와 동시에 강제집행면탈로 고소할지 여부도 필요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결국, 법인격부인이 법리에 따라 인정되는 독특하고 고유한 쟁점인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민형사상의 다른 쟁점과도 결부가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다루기한 주제에 집중하기로 하고, 법인격부인, 사해행위취소, 강제집행면탈의 상호관계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다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원고가 승소한 사건입니다. 원고의 주장, 즉 법인격 역적용론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피고가 상고하였고, 그 상고가 받아들여져 결국 파기환송되었습니다. 대법원은 개인의 채무부담에 대하여 배후의 법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그 치열한 판단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사건 표시 및 주문

 

# 관련법리

 

이 사건의 판단을 위하여 대법원이 설시한 관련법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예외적인 경우에는 법인격을 부인하고 배후의 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어야 하며, 그 반대의 경우에도 역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그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그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 그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2.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293449 판결 참조).

3.
위와 같이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어 회사에 대하여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법리는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회사가 새로 설립된 경우뿐 아니라 같은 목적으로 기존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여기에는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기업에 지나지 않은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된 경우와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인이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인이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각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90982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73400 판결 등 참조).
 

# 이 사건의 사실관계

 

대법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순서대로 1) 피고 회사의 설립연도,  2) 주식보유구성 등 지배구조, 3) 영위하는 사업, 4) 쟁점이 된 부동산의 취득 경위, 5) 원고가 돈을 빌려주고 담보를 설정한 과정과 내용, 6) 원고측이 위 담보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은 사실, 7) 대여금과 관련하여 지급명령이 발령되고 확정된 사실, 8) 피고 회사의 해산간주등기 등 여러가지 특이사항들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 피고는 2003. 4. 11. 부동산 중개업,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설립 당시 소외 2가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당시 피고의 주식은 소외 2, 소외 3이 각 10%, 소외 1의 형 소외 4가 80%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중 소외 3의 주식 10%는 2004. 1. 31. 증여를 원인으로 소외 1의 처 소외 7에게 명의가 이전되었다.
  • 피고는 대구 수성구 (주소 1 생략)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2004. 2. 20. 매각대금을 납부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 원고는 소외 1에게 2006. 7. 7. 2,000만 원, 2006. 11. 9. 1억 원 합계 1억 2,000만 원을 대여하였는데, 원고는 그 대여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2006. 11. 9. 소외 1의 아들 소외 5의 소유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인접한 대구 수성구 (주소 2 생략)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인근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원고의 처 소외 6을 가등기권자로 하는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쳤다.
  • 원고의 처 소외 6은 2008. 10. 8. 이 사건 인근 각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절차에서 담보가등기권자로 52,390,097원을 배당받았다.
  • 원고는 이후 대구지방법원 2008차14829호로 소외 1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08. 12. 16. ‘소외 1은 원고에게 1억 64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지급 명령이 발령되고 2009. 1. 7. 그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이하 지급명령에 기한 채무를 ‘이 사건 대여금 채무’라 한다).
  • 피고는 2009. 12. 4.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에 의하여 해산간주등기가 마쳐졌다가 2011. 6. 28. 회사계속등기가 마쳐졌는데, 회사계속과 함께 소외 1이 피고의 대표이사, 소외 1의 처 소외 7이 피고의 사내이사로 각 취임하였다. 피고는 2017. 12. 12. 다시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에 의하여 해산간주등기가 마쳐졌고, 이와 동시에 소외 1이 피고의 대표청산인으로 취임하였다.
 

 


# 엇갈린 판단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서,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은 엇갈린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엇갈린 지점을 들여다 보기 위해 판단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상고심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
항소심
(대구지방법원 2022. 9. 2. 선고 2021나301570 판결)
) 소외 1이 피고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1인회사를 넘어 피고의 법인격 자체가 무시될 정도로 형해화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소외 1피고의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사용수익하였다는 사정도 피고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한 사정에 해당한다.

) 피고는 대구지방법원 99타경85756, 92501(병합) 부동산임의경매절차에 참여하여 2003. 4. 15.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였고, 대구 수성구 (주소 3 생략) (주소 4 생략) 토지에 관한 공매절차에 참여하여 2004. 9. 9. 매각결정을 통지받았으며, 2005. 1. 13. 대구 중구 (주소 5 생략) ○○아파트 (동호수 생략)을 최고가매수인으로 매수하였다.이는 부동산중개업,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인 피고가 목적에 부합하게 활동을 하였다는 사정으로 볼 수 있다.

) 상법 제520조의2에 의하면, 법원행정처장이 최후의 등기 후 5년을 경과한 회사에 대하여 본점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아직 영업을 폐지하지 않았다는 뜻의 신고를 할 것을 관보로써 공고하고 일정한 기간 내에 신고가 없으면 그 회사는 신고기간이 만료된 때에 해산한 것으로 보고(1), 해산간주된 회사는 그로부터 3년 이내에 회사를 계속할 수 있으나(3), 회사계속 없이 3년이 경과하면 청산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4).

그러나 휴면회사의 해산간주 제도는 거래 안전 보호와 주식회사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서 해산간주등기만으로 곧바로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소외 1은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2004. 2. 20.로부터 2년이 훨씬 지난 2006. 7. 7. 및 2006. 11. 9.에서야 원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으므로, 소외 1이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거나 후에 있을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양자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 부동산경매절차에서 경매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수대금의 부담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명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673102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1603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소외 1의 소유라고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기록상 소외 1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각대금을 자신의 자금으로 출연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 소외 1은 원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 이 사건 대여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아들 소외 5 소유의 이 사건 인근 각 부동산에 관하여 원고의 처 소외 6을 가등기권자로 하는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주었고, 실제로 원고의 처 소외 6은 2008. 10. 8. 이 사건 인근 각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절차에서 담보가등기권자로 52,390,097원을 배당받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이 원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할 당시 이 사건 대여금 채무 및 이에 기한 강제집행을 면탈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 피고를 함께 설립하고, 이사회를 꾸렸으며 주주였던 자들 사이에 아무런 인적 관계가 없고, 피고 주식 지분 합계 90%를 소유한 FE은 모두 C의 부탁으로 주주가 되었는데, 발기인이자 설립자가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며 설립자는 모두 C와 관련된 자들이다.

또한 현재 피고 법인 운영 관련자들은 F, G, C인데 C를 제외한 주주들 및 이사들은 C의 가족이고,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사회 결의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형식적으로 그 명의만 등재해 놓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은 C가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2009.경 해산 간주 이후에는 C가 대표자로 취임하여 대외적으로도 피고를 대표하여 왔다.

결국 C는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의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실질적으로 피고의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하여 왔고, 개인의 의사대로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피고를 완전히 지배하여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기능을 소멸시켰는바 피고는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독립된 법인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잃었다고 보아야 한다.

) C는 피고의 유일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서 2006. 10.경부터 현재까지 16년 이상 거주하고 있고, 영리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피고의 유일한 재산을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사용, 수익하였으며 청산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법인의 행위로 납득하기 어렵고, 회사로서의 독립적인 영리행위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C는 법인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재산세를 자신이 납부하여 오고 있는데 이는 C 개인재산과 회사재산이 혼융되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 해산간주 규정인 상법 520조의 2에 의하면 휴면회사는 영업을 폐지하여 사실상 존재하지 아니하는 회사이지만 등기부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의미하며, 이러한 휴면회사는 거래 안전 및 주식회사 제도의 신뢰를 해치므로 해산간주의 대상이 된다.

주식회사가 해산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데, 이로 인하여 해산간주가 되는 회사는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것이고 회사로서의 법인격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의 임기는 최장 3년임에도 5년간 한 번도 이와 관련한 등기가 없었다는 것으로 이는 이사회 및 감사의 활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피고는 이러한 해산간주 과정을 2차례나 거쳤고, 현재 청산과정에 있으므로 이 상황에서 원칙적으로 피고의 법인격은 소멸되었다고 보아야하나, 다만 권리관계가 현실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는 범위 내에서만 소멸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

따라서 현재 상태로 보더라도 피고는 이미 법인격이 형해화 되어 있고 그 유일재산을 대표이사였던 대표청산인이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피고는 C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파산ㆍ면책절차 진행 중으로 상당한 무자력 상태에 있는 피고 대표자 C가 피고 재산을 자기 재산과 마찬가지로 임의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피고가 법인격이 분리된 별개의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회사제도를 남용하여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비교를 해보면, 법인의 형해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항소심은 다소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대법원은 요건에 입각하여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법인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다른 입장이 두드러지게 대비되는데, 항소심은 개인이 법인을 단독 지배함으로써 형해화시켰다고 볼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본 반면, 대법원은 단독 지배만으로는 법인격 자체가 무시될 정도로 형해화될 수 없다고 하여 소극적인 판단을 하였습니다. 일견으로는 항소심이 '유일재산', '무자력'과 같은 표현 등으로 법인격부인론 채택하는 결론에 이른 부분에서는 이 사건을 사해행위취소로서의 성질과 유사한 것으로 본 측면이 있다고도 보입니다. 

 


# 생각해볼 점

 

이 사건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 대법원과 하급심의 결론이 크게 엇갈렸고,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논리 측면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끕니다. 한편으로는 대법원이 법인격부인론이나 그 역적용에 대해서 일관되게 엄격한 심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항소심의 논리 접근방식이나 결론이 갖는 의미나 수긍할 만한 점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기존의 틀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