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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읽는 Business Issue/판례 산책

[형사판례] 수제담배 업소는 불법일까?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19도16782 판결)

by 백변호사 2023. 8. 8.


# 사건의 기초

 

‘튜빙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판례의 표현에 따르면, “연초 잎, 필터가 삽입된 담배종이 등의 담배 재료와 분쇄된 연초 잎을 담배종이 안으로 삽입해 주는 기계”를 뜻하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서 연초를 깔때기에 집어 넣는 방식으로 담배를 말아주는 기계입니다. 저도 판례를 통해서 이런 기계가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가정이나 업소에서 이 기계를 두고 직접 담배를 말아 피우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형태의 튜빙기들이 온라인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담배사업에 대하여 알아 볼까요? 담배의 제조와 판매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허가(제조업) 또는 등록(수입판매업, 도매업)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업자(소매인)의 경우에는 시군구청장의 지정을 받아야 합니다(담배사업법 제16조). 그 지정절차와 요건은 법령에 상세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담배(법상 정의에 따르면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의미합니다)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요건을 구비하여 소매인지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담배를 산다고 함은 이런 법정 지정소매인들을 통해서 담배를 사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사건입니다.

#  판결요지

 

[판시사항]

[1]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형벌법규의 해석 / 담배사업법 제11조에서 정한 ‘담배의 제조’의 의미 및 어떠한 영업행위가 ‘담배의 제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 담배가공을 위한 일정한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자의 행위를 무허가 담배제조로 인한 담배사업법 제11조, 제27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의율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연초 잎, 담배 필터, 담뱃갑을 제공하여 손님으로 하여금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게 하거나 자신이 직접 그 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담배를 제조하고, 손님에게 담배를 판매함으로써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판매하였다는 이유로 담배사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담배를 제조하였다거나 제조된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하도록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 담배사업법 제2조 제1호는,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담배사업법 제11조에 규정된 ‘담배의 제조’는 일정한 작업으로 담배사업법 제2조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어떠한 영업행위가 여기서 말하는 ‘담배의 제조’에 해당하는지는, 그 영업행위의 실질적인 운영형태, 담배가공을 위해 수행된 작업의 경위⋅내용⋅성격, 담배사업법이 담배제조업을 허가제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담배의 제조’는 담배가공을 위한 일정한 작업의 수행을 전제하므로, 그러한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자의 행위를 무허가 담배제조로 인한 담배사업법 제27조 제1항 제1, 11조 위반죄로 의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2]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연초 잎, 담배 필터, 담뱃갑을 제공하여 손님으로 하여금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게 하거나 자신이 직접 그 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담배를 제조하고, 손님에게 담배를 판매함으로써 담배제조업 허가 및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판매하였다는 이유로 담배사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영업점에서 실제 행한 활동은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를 판매하고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한 것인데, 이러한 피고인의 활동은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의 영업점에서 손님은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이용하여 가공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는데, 당시 영업점에 비치된 담배제조시설의 규모와 자동화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손님의 작업이 명목상의 활동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작업을 피고인의 활동과 같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기도 어려운 점, 담배사업법상 연초 잎의 판매와 개별 소비자에 의한 담배제조가 금지되어 있지 않은 점, 피고인의 영업방식에 따르면, 손님과 피고인 사이에 수수된 돈은 ‘완성된 담배’가 아닌 ‘담배의 재료 또는 제조시설의 제공’에 대한 대가라고 봄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담배를 제조하였다거나 제조된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피고인의 특수한 영업방식과 쟁점 

 

그런데, 이 사건 피고인은 좀 특이한 방식으로 담배를 판매하였습니다(판례에 따르면 정확히는 담배의 재료를 판매). 판결문에 적시된 자세한 영업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영업점을 방문한 손님에게 2,500원에 대략 1갑을 만들 수 있는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를 제공하였다. 손님은, ㉠ 그 연초 잎을 바구니에 넣고 스팀기를 이용하여 스팀을 분사하는 과정(습식 과정), ㉡ 분쇄기를 이용하여 연초 잎을 적당한 크기로 분쇄하는 과정(분쇄 과정), ㉢ 튜빙 기계를 이용하여 분쇄된 연초 잎을 필터가 삽입된 담배 종이에 삽입하는 과정(튜빙 과정), ㉣ 튜빙 기계에서 나온 담배를 손에 쥐고 바닥에 친 다음 끝부분을 모아주는 과정(마무리 과정)을 거쳐 궐련을 만들었다. 손님이 기계 조작에 숙련된 경우 담배 10갑을 제조하는 데 약 1시간이 소요되었고, 손님의 숙련도 등에 따라 완성된 담배의 품질이 달라질 여지도 있었다.”

 

즉, 피고인은 업장 내에 담배의 재료가 되는 연초와 담배의 제조설비라고 할 수 있는 스팀기, 분쇄기, 튜빙기 등을 비치해 두고 손님들로 하여금 직접 담배(궐련)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영업행위에 대해서 당초 항소심에서는 이를 담배판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연초 자체도 담배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에 대해 유죄(벌금형)로 판결했습니다.

 

관련 판시는 다음과 같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9. 10. 24. 선고 2018노3361 판결).

 

궐련화 공정 이전이라도 궐련담배의 원재료인 이 사건과 같은 연초는 담배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담배는 농가에서 수확한 잎담배를 담배제조자가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마무리 건조를 한 후, 각종 잎담배가 지닌 향기와 맛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비율로 섞어 담배의 특징과 품질을 통일시키는 배합과정을 거친 다음, 가향(=담배의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원료 배합물에 당과 향료 등의 가향제와 글리세린 등의 보습제를 가하는 작업)과 열처리(토스토 처리)를 통한 가공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가공된 원료를 절각한 후 절각된 잎담배(각초)를 궐련지로 말아 필터와 연결하면 궐련담배가 완성되고, 담배의 기본적인 맛과 향 등 품질은 대부분 각초 이전단계에서 결정되어 해당 기업의 담배가공 기술이 체화되고 구현된 것이 궐련화 공정 직전의 연초이다. 따라서 담배를 만드는 전문기업들은 위와 같이 잎담배를 배합, 가향하는 등 가공·제조 과정을 거쳐 연초를 만드는 기술을 영업비밀로서 외부에 공개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리고 각초는 그동안 담배로 취급되어 왔다. 예컨대, 전매청이 과거에 봉초담배로 판매하였던 수연(1966년 발매), 학(1974년 발매) 등은 모두 각초였다. 다만, 가향하지 않은 각초에 대하여만 세제에서 달리 취급될 뿐이다(지방세법 제52조, 지방세법 시행령 제60조).

 

#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로 판단한 항소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의 영업방식은 담배가 아닌 담배의 재료(연초)를 판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며, (허가의 대상이 되는) 담배의 제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어떠한 영업행위가 ‘담배의 제조’에 해당하는지는, 그 영업행위의 실질적인 운영형태, 담배가공을 위해 수행된 작업의 경위⋅내용⋅성격, 담배사업법이 담배제조업을 허가제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담배의 제조’는 담배가공을 위한 일정한 작업의 수행을 전제하므로, 그러한 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자의 행위를 무허가 담배제조로 인한 담배사업법 제27조 제1항 제1호, 제11조 위반죄로 의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담배는 연초라는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 집니다. 연초가 그 자체로 담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서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결은 엇갈렸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피고인의 영업행위가 손님과 피고인 사이에 수수된 돈은 ‘완성된 담배’가 아닌 ‘담배의 재료 또는 제조시설의 제공’에 대한 대가라고 봄이 타당하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영업점에서 실제 행한 활동은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를 판매하고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한 것인데, 이러한 피고인의 활동은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또한 제조란 일반적으로 ‘물건이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활동까지 제조로 이해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판례로서의 의의

 

이 판결은 담배사업법상 허가, 등록 또는 지정을 요하는 담배의 제조, 판매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고,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이 판결에 의하더라도 업주가 업장 내에서 튜링기 등 제조설비를 직접 가동하는 등으로 담배제조행위에 관여하게 될 경우에는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실제로도, 유사한 방식으로, 그러나 기계를 직접 가동하여 담배를 제조한 다른 업주들의 경우에는 유죄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담배사업에 관한 것이지만, 영업행위에 관하여 형벌조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죄형법정주의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 등 다른 업역에서의 영업활동에 관하여도 참고할만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