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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읽는 Business Issue/판례 산책

[상사판례] 신주 인수계약과 주주평등원칙 (2) -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24986 판결

by 백변호사 2023. 8. 25.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신주발행과 주주평등의 원칙에 관한 주요한 판례들을 연이어 선고하였습니다. 공통적으로 RCPS[용어 정의는 연재물 (1)편 참조]상의 특정 약정조건이 유효한지가 문제되었습니다. RCPS는 벤처투자업계에서 빈번히 활용되는 신주(新株) 투자방식이다보니 향후 투자거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의 판결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모두 3건의 판결이고 유사하면서도 다른 사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주주평등원칙에 관한 중요 판결들입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판결만을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그 전후 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3회에 걸쳐 해당 판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지난번 살펴본 상환금청구소송 사건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위약벌청구의 소로 제기된 건입니다.

 

사실관계 및 문제의 계약조건


이 사건은 이전에 살펴본 상환금청구소송과 다르게, 피고를 신주 발행회사가 아닌 신주계약상 이해관계인, 대주주 겸 대표이사였던 개인을 상대로 제기되었습니다.

 

2015년경 체결된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에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였는데, 발행회사가 인수인(원고)의 동의 없이 회생, 파산 등 도산절차를 신청하거나 개시하는 경우 발행회사 및 이해관계인에 대하여 주식매수청구권(이른바 Put Option)을 행사할 수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였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된 상세한 조항 내용(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합니다)은 아래와 같습니다(아래 조항의 내용은 이 사건의 하급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7. 8. 선고 2020가합574934 판결의 사실인정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RCPS 발행에 따라 동 투자거래가 존속 중인 가운데 2019년에 이르러 발행회사의 다른 주주(이하 ‘X’)가 발행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를 법원에 신청하였고, 이에 법원은 회생절차를 개시하였습니다. 주주 X는 원고 원고들이 아니었고, 이해관계자인 피고도 아니었으며, 피고는 그 신청이나 절차 개시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피고가 도산절차 개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피고의 항변이었지 사실로 인정된 부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이에 RCPS 투자자인 원고들은 위 계약조항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및 위약벌행사 요건이 성립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소제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


피고는 1심에서부터 여러 가지 항변을 제출하였습니다. 그 항변에는, 피고가 도산절차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에 대해 위약벌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 위약벌 조항은 사실상 특정주주에게만 출자금 전부의 환급을 허용하는 것으로 주주평등원칙 등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 등도 포함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1심은 피고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재판의 가장 주된 쟁점은 이 사건 계약조항이 발행회사와 투자자 사이에서는 무효로 되는 것이라고 할 경우, 이해관계인도 같은 이유로 채무를 면한다고 할 수 있는지에 있었습니다. (참고로 원고들과 발생회사 사이에 약정이 무효인지 여부는 이 사건에서 선행쟁점으로서 다루어지기는 하였지만, 재판의 향방을 바꿀 정도로 견해가 나뉘는 쟁점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이 것이 쟁점화된 이유는, 이 사건 조항에서 이해관계인 발행회사와 연대하여위약벌 등 채무를 이행하기로 약정하였는데(앞서 본 제24조 제1항, 제25조 제1항 부분 참조), 여기서 연대하여의 의미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민법상 보증채무는 주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주채무를 이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채무이고(민법 제428조 제1), 연대채무는 수인의 채무자가 채무 전부를 각자 이행할 의무가 있으면서 채무자 1인의 이행으로 다른 채무자도 그 의무를 면하게 되는 때에 성립하는 것입니다(민법 제413). 그리고 그 중간적인 채무로서 연대보증채무가 있습니다.

 

, 주채무와의 관계에서 보증채무는 보충성과 부종성을 모두 가지고 있고, 연대보증채무는 보충성은 없지만 부종성은 가지고 있으며, 연대채무는 보충성은 물론 부종성도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그래서 만약 연대하여의 의미를 보증채무로 해석한다면, 부종성의 원리에 따라 주채무(회사의 채무)가 무효이므로 피고의 채무도 무효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연대채무로 이해하게 되면, 주채무의 무효와 관계 없이 피고는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먼저 이 사건 조항의 내용 중 원고들과 회사간의 약정 부분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투자계약의 일부인 이 사건 약정 중 원고들과 이 사건 회사가 체결한 부분은, “원고들의 서면동의 없는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이 있거나 그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 금전지급채무가 발생한다고 정함으로써 이 사건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단지 경영성과가 부진하여 다른 신청권자의 신청에 의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회사로 하여금 원고들에게 주식인수대금과 소정의 가산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은 실질적으로 회사가 원고들에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다른 주주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고, 배당가능이익이 없어도 회사의 재산으로 사실상 출자를 환급하여 주는 것이어서 자본충실의 원칙 등 상법이 허용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기도 하므로, 설령 이 사건 회사의 다른 주주 전원이 그와 같은 차등적 취급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그 다음으로 대법원은 피고의 채무내용을 보증채무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연대채무로 보아야 하는 부분지에 대하여 판단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사건 항소심은 위 쟁점에 대하여 이를 보증채무 내지는 연대보증채무로 볼 수 있으므로 부종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무효인 주채무에 따라 피고에게도 채무이행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의 채무내용을 보증채무나 연대보증채무가 아닌 연대채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한 판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원고들과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기 위해 이 사건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투자자인 원고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원고들에게 경영참여 및 투자회수 기회 등을 제공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 사건 회사로 하여금 위약벌 명목의 금전지급채무 등을 부담하게 하는 약정을 포함시켰다. 그런데 회사의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피고를 투자계약의 당사자로 포함시킨 이유는, 이 사건 회사가 금전지급채무를 이행할 자력이 없는 경우에 대비할 목적 외에 특정 주주에게 다른 주주와 차별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이 주주평등의 원칙, 자본충실의 원칙 등 위반으로 무효가 됨으로써 회사가 그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될 우려가 있었기에, 피고 개인이 함께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계약상 의무 이행을 강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채무 부담 약정이 무효라 하더라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채무 부담 약정은 유효라고 해석하는 것이 피고를 당사자에 포함시켜서 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및 목적에 더 부합한다.

) 이 사건 약정은 문언의 내용 자체로 이 사건 회사와 피고가 원고들에게 연대하여 주식 취득가격에 소정의 가산금을 더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였을 뿐이다. 이 사건 투자계약의 전체 내용 중에서 피고가 이 사건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것이라고 명시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이 사건 투자계약 제24조 제7항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였을 때 피고가 제3자를 지정하여 원고들의 주식을 매수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피고는 자신이 지정한 제3자가 부담하는 주식매수의무를 연대보증한다.”라고 정하는 등으로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가 연대보증채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내용을 분명하게 표시하였다.

) 연대보증채무는 주채무의 이행을 담보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주채무에 대해서는 종된 지위에 있다. 만약 피고가 원고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다면, 피고는 원고들의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그 계약 위반에 따라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이때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는 회사가 부담하는 채무에 종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약정에는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어 다른 신청권자의 신청에 따라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피고에게 회사의 경영 담당자로서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취지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에 따른 금전지급채무와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의 채무가 주된 것이고, 피고의 채무는 종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조항에 기재된 연대하여라는 문언이 그 자체로는 물론 그러한 조항을 둔 목적 등에 비추어 피고의 주된 채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부종성을 갖는 종된 채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판결의 의의


이번 시리즈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들을 차례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편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특별한 사정이 주된 쟁점이 되었고, 그 실체판단에 매우 큰 중점이 놓였습니다.

 

이번 사건도 RCPS의 일반적인 발행조건 및 그 효력에 관한 것이어서 실무상 매우 큰 중요성을 가진다고 보입니다. 다만,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주주평등의 원칙 자체 보다는 그에 따라 무효가 된 조항상의 책임을 약정에 참여한 대주주에게 그와 별개로 추궁할 수 있는지에 있었습니다.

 

통상의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의 지위와 책임은 주채무자인 회사와 연대하는 것으로 규정지어지고는 합니다. 이때 연대하여라고만 되어 있는 계약문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이를 종된 성격을 갖는 보증채무의 의미로 볼 것인지 아니면 주채무의 효력여부와 관계 없는 연대채무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이를 정면으로 다루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사례에 의할 경우, 향후 투자실무에서 대주주 등 이해관계인이 신주인수계약의 당사자로 들어가야 하는 실무적 의의와 필요성은 명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 항소심에서의 판단에서도 보듯이, 투자계약의 구성에 있어서 이해관계인의 지위와 책임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