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라임사태의 여파로 관련 소송이 여전히 계속 중이다.
그 중에서도 펀드 투자자가 판매회사(증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사건 판결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할까 한다. 펀드 판매회사가 투자중개업자로서 펀드(여기서 펀드라 함은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을 말한다)를 위탁판매한 경우 그 거래관계와 지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목차번호는 편의상 변형).
투신업법에서부터 간투법, 자본시장법으로 관련법률이 변천해 온 과정과 내용을 아주 세밀하게 논증한 것이어서, 금융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할 만한다.
참고로 해당 사건은 1심에서 투자자인 원고들의 사기취소주장이 인정되었으나(원고 100% 승소), 항소심에서 사기착오주장이 모두 배척되었고, 다만 예비적 청구원인이었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었다(80% 승소).
이 사건은 상고되어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서울고등법원 2023. 9. 21. 선고 2022나2017964 판결 [부당이득금]
1. 투자신탁제도 및 판매회사 개념의 도입과 변천
(1) 투자신탁제도는 구 증권투자신탁업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로 제정된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 이하 '구 투신업법'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처음으로 도입되었고, 이후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된 자본시장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 이하 '구 간접투자법'이라 하고, 문맥에 따라 구 투신업법과 구 간접투자법을 구분하지 않고 '구법'이라고만 한다), 자본시장법이 순차로 제정되어 시행되면서 이를 규율하였다.
(2) 구 투신업법상 증권투자신탁은 '투자자로부터 유가증권등의 투자에 운용할 목적으로 자금등을 수입하는 위탁자가 그 자금 등(이하 "신탁재산"이라 한다)을 수탁자로 하여금 당해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특정 유가증권등에 대하여 투자·운용하고, 그에 따른 수익권을 분할하여 당해 투자자에게 취득시키는 것'으로 정의되었다(제2조 제1항).
(3) 구 투신업법의 연혁에 따른 판매회사의 도입과정을 보면, 증권투자신탁의 운용자로서의 위탁회사의 업무에는 원래 구 투신업법 제10조 제1항 제1호의 투자신탁 운용업무(투자신탁의 설정 및 해지, 신탁재산의 투자 및 운용지시, 기타 이에 부수되는 업무)와 같은 항 제2호의 수익증권 판매업무(수익증권의 모집 및 매출, 수익증권의 매각 및 환매, 기타 이에 부수되는 업무)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1995. 8. 실시된 '증권산업개편방안'으로 위탁회사의 업무가 투자신탁 운용업무와 수익증권 판매업무로 이 원화되면서, 1996년 이후 신설된 위탁회사에 대하여는 투자신탁운용업만이 허가되었고, 기존 3대 위탁회사도 증권사 전환 및 투자신탁운용을 위한 자회사 설립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운용과 판매의 분리 원칙이 확립되었다. 그리하여 1995. 12. 29. 법률 제5044호로 개정된 구 투신업법 제2조 제5항은 '판매회사'를 '증권거래법 제2조 제9항의 규정에 의한 증권회사로서 위탁회사와의 계약에 의하여 제10조 제1항 제2호의 수익증권 판매업무를 행하는 자'라고 규정하였다.
(4) 이후 구 투신업법은 1998. 9. 16. 법률 제5558호로 위탁회사의 지위와 관련된 내용이 주로 개정되었는데, ① 투자신탁 설정방식을 매출식에서 모집식으로 전환하였고, ② 신탁의 일부해지에 의한 환매의무화와 고유재산에 의한 환매대금지급 조항을 폐지하였으며, ③ 수탁회사의 관리·처분권에 기초한 감시기능을 강화하였다.
(5) 2003. 10. 4. 법률 제6987호로 구 투신업법과 구 증권투자회사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로 제정된 구 간접투자법에 의해 폐지되기 전의 것)을 통합한 구 간접투자법이 제정되면서 증권 이외의 자산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는 투자신탁이 허용되었는데, 구 간접투자법은 '투자신탁'을 '투자자로부터 자산에 운용할 목적으로 자금 등을 모은 위탁자가 그 재산을 수탁자로 하여금 당해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투자·운용하게 하고, 그에 따른 수익권을 분할하여 당해 투자자에게 취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간접투자기구'로 규정하고(제2조 제3호), "증권거래법에 의한 증권회사 등으로서 간접투자증권의 판매를 업으로 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제26조 제1항),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한 자(이하 '판매회사'라 한다)는 간접투자증권의 판매 등의 업무를 영위한다."라고 규정하였다(제26조 제2항).
(6) 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되어 2009. 2. 4.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구 간접투자법상 '간접투자'의 개념 대신 '집합투자'의 개념을 도입함과 아울러,<각주12> 투자매매업자<각주13> 및 투자중개업자<각주14>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구 간접투자법상의 판매회사 개념을 폐지하였다.<각주15>
(7) 한편 투자신탁에서 신탁재산의 조성방법은 매출식과 모집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매출식'이란 집합투자업자의 고유재산으로 먼저 신탁재산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수익증권의 판매라는 측면에서 보면 집합투자업자가 수익증권을 총액인수한 후 투자자를 대상으로 매출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경우 집합투자업자가 신탁업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집합투자업자의 재산으로 신탁원본의 납입이 이루어진다. 반면, '모집식'이란 신탁계약의 체결로써 집합투자기구로서의 투자신탁을 먼저 설정하고, 그 투자신탁의 수익권을 투자자에게 발행(판매)하여 모은 금전으로 신탁재산을 형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1998. 9. 16. 구 투신업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모집식으로만 투자신탁을 설정하기 시작하였는데, 모집식 투자신탁의 설정은 ①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 간 신탁계약 체결, ② 수익증권의 발행(판매), ③ 수익증권 발행가액(신탁원본)의 신탁업자 납입을 통한 신탁재산의 형성 순으로 이루어진다.
2. 자본시장법 이전의 법리
투자신탁 운용업무와 수익증권 판매업무가 이원화된 이후 구 투신업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판매회사는 단순히 위탁회사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으로 수익증권 판매업무 등을 수행하는 독립된 당사자로 판단되었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2다19018 판결 참조). 구 간접투자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도 판매회사는 수익증권의 판매에 있어서 단순히 자산운용회사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거래상대방의 지위에서 판매회사 본인의 이름으로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되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01752 판결 등 참조).
또한 구 간접투자법에 따라 설정된 투자신탁에서, 투자자는 자산운용회사와 사이에 투자신탁에 관한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투자신탁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회사로부터 자산운용회사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매수하여 투자신탁의 수익자가 됨으로써 자산운용회사, 수탁회사와 사이에 투자신탁과 관련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이러한 법률관계는 공모투자신탁뿐 아니라 사모투자신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다64075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구법 하에서는 수익증권의 판매에 있어서 판매회사는 단순히 자산운용회사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거래상대방의 지위에서 판매회사 본인의 이름으로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구체적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펀드에 가입하면서 피고에게 펀드 신청 및 투자확인서(이하 '이 사건 투자신청서'라 한다)를 작성·교부하였는데, 이 사건 투자신청서에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수익증권과 관련하여 어떠한 법률관계가 형성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만한 구체적인 기재나 내용이 없고, 위 투자신청서 외에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매매계약서 등 처분문서가 작성된 바도 없다.
그러나 앞서 본 전제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H의 대리인이 아닌 독립된 당사자로서 원고들과 사이에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대금을 지급받아 이를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신탁업자인 R에 납입하고, 원고들로 하여금 H이 설정·운용하는 이 사건 각 펀드에 가입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신탁계약상의 수익자 지위를 취득하게 하는 내용의 무명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주석)
- H는 펀드를 설정하고 운용한 자산운용사를 지칭한다.
- R은 H와 사이에 신타계약을 체결한 자이다.
① 이 사건 각 펀드는 모집식 투자신탁으로서 ㉠ 집합투자업자인 H과 신탁업자인 R이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집합투자기구로서의 투자신탁을 먼저 설정하고, ㉡ 이후 투자중개업자인 피고가 H과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투자자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을 판매하며, ㉢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취득한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대금을 R에 납입함으로써 투자신탁재산을 형성하게 된다.
② 이 사건 신탁계약은 이 사건 각 펀드의 설정·운용 등과 관련하여 H과 R의 업무 등 필요한 사항과 함께 수익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제1조). 그런데 이 사건 신탁계약 제5조 제2항은 "수익자가 이 사건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한 때에 법령 및 이 사건 신탁계약 등에서 정한 사항의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신탁계약을 수락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0조 제1항은 "집합투자업자는 수익증권 발행가액 전액이 납입된 경우 신탁업자의 확인을 받아 기명식 수익증권을 발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9조 제3항은 "투자자는 판매회사의 영업일에 수익증권의 취득을 위하여 자금을 납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③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자기의 책임으로 수행하면서(제4조 제1항),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을 매각하여 그 대금을 신탁업자인 R에 납입하여야 하며(세부업무 협약 제7조 제1항), 원칙적으로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의 위탁판매 관련비용을 부담한다(위 협약 제13조 제1항).
④ 결국 피고는 H과 별개의 독립된 당사자로서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펀드의 투자를 권유하여 이에 가입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을 판매한다고 볼 수 있으나, 피고의 이러한 판매행위만으로는 원고들이 곧바로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지급받은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대금을 R에 납입함으로써 원고들은 비로소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른 수익자의 지위를 취득하고, H이 이 사건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을 취득한다고 볼 것이다.
⑤ 구 자본시장법은 투자신탁의 집합투자업자가 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증권을 판매하고자 하는 경우 투자매매업자와 판매계약을 체결하거나 투자중개업자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184조 제5항), 이 사건 신탁계약에도 동일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바(제2조 제2호, 제19조 제1항), 원고들은 위 규정 등에 비추어 투자중개업자인 피고가 H의 위탁매매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위탁매매의 법리에 따르면 위탁자와 거래상대방 사이에 법률관계가 성립하지 않지만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의 판매에 있어서는 집합투자업자인 H과 투자자인 원고들 사이에 각종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점, ㉡ 매매목적물이 위탁매매인에게 귀속되는 것과 달리 투자중개업자인 피고는 이 사건 각 수익증권을 취득하지 않는 점, ㉢ 위탁매매인은 위탁자로부터 보수를 받지만 투자중개업자인 피고는 원고들이나 H으로부터 판매수수료(을 제1호증 참조) 또는 판매보수(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의 세부업무 협약 제12조)를 받는 점, ㉣ 위탁매매인은 위탁자에게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는데, 투자중개업자인 피고는 오히려 구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선관주의의무, 설명의무 등 각종 투자자 보호의무(제37조, 제47조 등)를 부담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를 H의 위탁매매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4. 소결
따라서 피고는 H의 대리인이 아닌 독립된 당사자로서 원고들과 사이에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대금을 지급받아 이를 이 사건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신탁업자인 R에 납입하고, 원고들로 하여금 H이 설정·운용하는 이 사건 각 펀드에 가입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신탁계약상의 수익자 지위를 취득하게 하는 내용의 무명계약(이하 '이 사건 판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판매계약의 당사자로서 이 사건 판매계약이 취소될 경우, 선의의 수익자인지 여부 및 현존하는 이익의 존재 여부에 따라 피고가 반환해야하는 부당이득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원고들로부터 지급받은 이 사건 각 펀드의 가입대금을 원고들에게 반환할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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