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신주발행과 주주평등의 원칙에 관한 주요한 판례들을 연이어 선고하였습니다. 공통적으로 RCPS[용어 정의는 연재물 (1)편 참조]상의 특정 약정조건이 유효한지가 문제되었습니다. RCPS는 벤처투자업계에서 빈번히 활용되는 신주(新株) 투자방식이다보니 향후 투자거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의 판결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모두 3건의 판결이고 유사하면서도 다른 사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주주평등원칙에 관한 중요 판결들입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판결만을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그 전후 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3회에 걸쳐 해당 판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지난번 살펴본 상환금청구사건, 위약벌청구사건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투자금반환청구 소송으로 제기된 건입니다.
참고로 항소심 판결을 기준으로 보면, 상환금청구사건이 3건의 사건 중에서 가장 먼저 선고되었고(2021. 9. 2.), 그 다음 위약벌청구사건(2022. 2. 17.), 그 다음으로 투자금반환청구사건(2022. 10. 21.)이 선고되었으며, 각기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도 모두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위 3건의 항소심에서는 투자자인 원고의 상환금, 위약금, 투자금반환을 모두 기각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앞서 살펴본 두 사건에서도 그렇지만,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파기환송으로 선고하였습니다. 이처럼 대법원과 하급심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둘러싼 투자자와 피투자자 간의 투자금 회수 쟁점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시간 순서로도 그렇지만 쟁점과 적용법리 면에서 앞서 두 번째로 살펴보았던 위약벌청구사건과 유사하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색다른 차이도 있습니다.
사실관계 및 문제의 계약조건
이 사건의 투자 대상회사이자 피고 A는 비료, 농약, 살균제 등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다른 피고 B는 A회사의 대표자(사내이사)이자 주주이고, 피고 C는 회사의 주주이자 연구개발 담당자였습니다. 원고들은 2019. 6.경 A회사 사이에 종류주식에 관한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B는 이해관계인으로, 피고 C는 회사의 연대보증인으로 계약서에 날인하였습니다.
위 신주인수계약에는 ‘질병관리본부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 제품 리스트에 2019. 10.까지 등록해야 하고 조달등록은 2019. 12.말까지 하여야 하여 기한 내 제품등록이나 조달등록이 불가할 경우 본 신주인수계약을 즉시 무효로 한다’는 약정(이하 ‘이 사건 투자금반환조항’이라 합니다)이 들어갔고, 그 위반시 회사와 이해관계인은 위약벌로 투자원금의 1.5배를 청구할 수 있다는 위약벌도 규정되었습니다. 또한 연대보증인 C도 위 조항 위반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지기로 하였습니다.
관련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피고 회사는 위 약정기한 이내에 제품등록 및 조달등록을 마치지 못하였고, 투자자들로부터 기한 연장에 대한 동의도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투자자인 원고들은 이 사건 소제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위적으로,
투자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예비적으로,
1) 피고들은 투자금반환조항(제1조 제1항 제6호 부분)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무효임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투자를 받았는바, 고지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로서 투자금 상당의 손해배상하라.
2) 투자금반환조항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위약벌로 투자금의 1.5배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들은 위약벌로 투자금 상당의 위약금을 지급하라.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는 투자금반환조항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무효인지, 특히 신주인수계약의 체결에 관하여 회사의 주주 전원이 동의한 경우에도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지가 우선 쟁점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따라, 투자금반환조항이 무효라는 점에 대하여 피고에게 고지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고, 회사가 아닌 이해관계인과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투자금반환이나 위약금지급을 구하는 것 역시도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항소심(수원고등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의 체결에 관하여 주주 전원이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투자금반환조항이 무효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항소심은 기존 주주들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 주주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더라도, 관련 증거와 사실만으로는 피고 회사의 기존 주주들 전원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등록에 실패하면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납입한 신주인수대금을 전액 반환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도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동 조항의 무효여부는 투자대상회사에 내재된 주관적 사정이 아니며, 투자 및 경영 경험이 있는 원고 측이 이미 알고 있거나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있는 사항이므로 이에 대해 피고가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항소심은 (판시된 내용이 다소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주주평등의 원칙상 원고가 이해관계인과 연대보증인으로 이 사건 신주인계약에 참여한 다른 피고들에게 투자금반환이나 위약벌을 구하는 것도 역시도 투자자본의 회수를 보장하는 것이 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전제에서, 이 사건 위약벌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회사와 투자자간의 약정이 무효로 되는 경우에도 회사의 다른 주주나 이사 개인이 당사자로 날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주주평등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직전 판례(위약벌청구사건의 판결입니다)의 법리를 인용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피고 B와 C에게 투자금반환의무가 있는지 추가 심리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판결의 의의
이번 시리즈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례 3건을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1편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특별한 사정이 주된 쟁점이 되었고, 그 실체판단에 매우 큰 중점이 놓였습니다. 2편에서는 RCPS의 일반적인 발행조건 및 그 효력과 관련하여 주주평등의 원칙 자체 보다는 그에 따라 무효가 된 조항상의 책임을 약정에 참여한 대주주에게 그와 별개로 추궁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이번에 살펴본 3번째 사건은 신주인수계약에 이해관계인 외에 연대보증인까지 들어갔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대법원은 피고 C의 지위를 연대보증인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이해관계인과 연대보증인의 각 채무를 연대채무로 볼 것인지, 연대보증채무로 볼 것인지에 중점이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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