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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읽는 Business Issue/판례 산책

[금융판례] 은행의 내부통제 원리에 관한 인상 깊은 판결

by 백변호사 2024. 4. 26.

들어가며

 

우리은행의 해외금리연계 DLF  상품 불완전판매 건과 관련하여 금융감독원이 은행장 등을  문책경고하는 등의 처분을 하였다는 것은 언론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그 위법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판결 중에 적시된 아래와 같은 개별 사실관계를 통해 가히 짐작할 만 합니다. 

 

" 이 사건 DLF에 대한 최초 상품선정절차에서 상품선정심의회 의결은 서면으로 진행되었는데, 위원 1명이 ‘반대’ 평가표를 제출하자, 상품출시 담당 직원은 임의로 위 위원을 친분 있는 다른 직원으로 교체한 뒤 새로 ‘찬성’ 평가표를 징구하는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하였다."

 

다만, 1심(서울행정법원)은 금감원의 처분에 잘못이 있다는 판단하에서 처분 취소판결을 선고했고, 2심(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같은 결론이 유지되었습니다.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별론으로, 내부통제기준의 마련의무 자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1심은 일부 처분사유에 대해서 마련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면서도 재량권일탈남용으로 취소하는 선고를 하였지만, 2심부터는 5가지 처분사유 전부에 관하여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을 다소 달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결론 보다도 개인적으로는 1심 재판부가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 검토한 일반론과 방론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재판장은 강우찬, 주심은 김송 판사님입니다) 

 

'내부통제 마련의무'에 관한 담당판사의 관점

 

그 내용은 바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관한 판단 기준을 설시한 부분인데요(판결문 중에서도 중반부부터 다루어진 내용입니다). 그 내용 중에서 일부는 2심에서 다시 쓰이기는 했지만, 상당히 진취적이면서도 논증적이어서 새길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뜸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글을 올리게 된 이유입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목차번호, 띄어쓰기, 밑줄, 색표시,  등은 가독성을 위해서 원문과 달리 수정하거나 원문에 없던 것을 첨가한 것입니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관련 규정 해석]

 


1. 법령 문언의 내용 및 체계


(1) 이 사건 처분의 근거 규정인 금융사지배구조법 제35조 제3항 제1호 및 제35조 제1항 제3호, 제35조 제4항 제1호 및 제35조 제2항 제3호, [별표] 제25호는 금융회사의 임원 또는 직원이 “제24조를 위반하여 내부통제기준과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조치사유로 정하고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는 금융회사에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면서(제1항), 위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제3항). 앞서 본 바와 같이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여야 할 법적 주체는 금융회사이지만, 실제로 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주체는 금융회사에 소속된 대표이사, 이사 등 기관에 해당하는 자연인이므로, ‘금융회사가 제24조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경우’ 그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관련된 의무를 지는 임직원에 대하여 위 각 규정에 따른 제재처분의 조치사유가 인정된다.


(2)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의 내용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 따라 정해진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을 정한 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1. 3. 23. 대통령령 제315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이라 한다)<각주1> 제19조 제1항은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내부통제기준에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부터 제12호까지 ‘업무의 분장 및 조직구조’(제1호), ‘임직원이 업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하는 절차’(제2호), ‘내부통제와 관련하여 이사회, 임원 및 준법감시인이 수행하여야 하는 역할’(제3호), ‘내부통제와 관련하여 이를 수행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지원조직’(제4호), ‘경영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제5호), ‘임직원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ㆍ방법과 내부통제기준을 위반한 임직원의 처리’(제6호), ‘임직원의 금융관계 법령 위반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나 기준(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내용의 보고 등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나 기준을 포함한다)’(제7호), ‘내부통제기준의 제정 또는 변경 절차’(제8호), ‘준법감시인의 임면절차’(제9호), ‘이해상충을 관리하는 방법 및 절차 등(금융회사가 금융지주회사인 경우는 예외로 한다)’(제10호),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광고의 제작 및 내용과 관련한 준수사항(금융지주회사만 해당한다)’(제11호), ‘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임직원 겸직이 제11조 제4항 제4호 각 목의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평가ㆍ관리’(제12호)를 열거하고, 제13호에서 그 밖에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을 금융위원회가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2021. 3. 25. 금융위원회고시 제20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이라 한다)은 제11조 제2항에서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을 제1호부터 제6호까지 열거하고, 또한 [별표 3]의 기준에 따른 사항도 내부통제기준에 포함하도록 하면서, [별표 3]에서 금융지주회사(제1호), 보험회사(제2호), 보험대리점ㆍ보험중개인(제3호), 금융투자업자(제4호), 여신전문금융회사(제5호) 등 업종별 세부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위 규정들의 문언, 체계를 종합하면, 금융회사가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 따라 마련하여야 할 내부통제기준은 ‘법령준수, 경영건전성, 이해관계자 등 보호를 위하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로서,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각 사항,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2항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각 사항 및 [별표 3]의 각 사항(이하 위 각 규정에서 열거한 사항들을 통틀어 ‘법정사항’이라 한다)이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여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였다면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서 정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3) 한편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 제3항은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 외에 필요한 사항 역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3항은 금융회사로 하여금 내부통제기준의 운영과 관련하여 최고경영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내부통제위원회와, 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조직을 마련하도록 하고, 제19조 제4항은 그 밖에 내부통제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는 제1항에서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설정ㆍ운용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기준([별표 2])을 정하고, 제11조 제3항 내지 제7항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전담 조직 운영(제3항), 지점장의 내부통제업무 적정성 점검 및 보고(제4항),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체계ㆍ운영 실태 점검 및 보고(제5항), 관련 협회 등의 표준내부통제기준 제정(제6항), 내부통제위원회의 준수사항(제7항) 등을 정하고 있다.


이처럼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내지 제4항,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1항, 제3항 내지 제7항은, 주로 내부통제기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그중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1항 및 [별표 2]는 ‘내부통제기준의 설정ㆍ운영기준’, 즉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의 운영뿐 아니라 그 설정에 있어서도 준수하여야 할 기준을 일부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 및 그 하위 법령 및 고시의 문언, 위임 체계와 조문 구조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별표 2]는 법정사항을 추가로 규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밖의 필요한 사항’으로서 내부통제기준을 설정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유의하여야 할 원칙이나 세부 사항을 전반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법정사항은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가 제2항에서 명시적으로 따로 정하고 있고, 법정사항 미포함은 제재사유로서 제재처분의 근거가 되므로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로서는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정사항을 포함하여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이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이행한 것이고, 내부통제기준이 위 [별표 2]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 하여 곧바로 내부통제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이 경우 ‘미흡한 이행’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금융사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의 미흡한 이행을 제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아래에서 볼 바와 같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별표 2] 기준에의 부합 여부가 간접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뿐이다.

 


2. 입법 배경 및 취지, 제ㆍ개정 연혁 등


(1) 금융기관인 은행은 주식회사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영리법인인 일반의 주식회사와는 달리 예금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신용질서 유지와 자금중개 기능의 효율성 유지를 통하여 금융시장의 안정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다9086 판결 등 참조). 이는 은행이 투자중개업을 겸영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은행은 투자중개업을 영위함에 있어 자신의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여서는 안 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에 대한 신뢰 제고 및 투자활성화를 통하여 금융시장의 안정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공공적 역할을 함께 담당하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가 금융위기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종래의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임직원의 단기 성과위주’ 경영 형태를 용인함으로써 과도한 위험 인수를 통한 시스템 위험의 현실화를 초래하였다고 지적된다.<각주2>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회사의 위험관리기능과 내부통제를 강화하였다.<각주3>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나 금융사고를 경험하면서 정부와 감독 당국에게 금융업정책과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집행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직접적인 지배구조 강화를 통하여 금융회사에 대한 외부통제와 함께 내부적 감독구조(internal checking mechanism)를 ‘강제’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해졌다.<각주4> 국내에서도 은행ㆍ카드사 정보 유출ㆍ해외지점 부당대출ㆍ기업어음 불완전판매ㆍ국민주택채권 횡령 등의 금융사고로 소비자 피해와 함께 금융의 근간인 신뢰를 훼손하게 되자, 금융의 자율성 확대와 병행하여 금융회사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금융규제 개혁이 논의된 바 있다.<각주5> 내부통제 미비로 인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뿐 아니라, 수익다변화요구에 부응하여 은행이 수행하는 사업범위와 유형이 확대되어온 상황도 은행에서의 효과적인 내부통제의 구축과 실효성 확보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각주6>


이러한 가운데 금융사지배구조법은 2015. 7. 31. 종전 6개의 금융업 관련 개별 법령에 흩어져 있던 금융업종별 지배구조규정을 한데 모아 통일성을 기하는 한편 내부통제에 관해 통일적인 규정을 마련하여 실무상 존재하던 제도들을 법적으로 규율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입법으로 반영하였다.


한편 금융규제의 완화는 외부적 규제의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지 규제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금융규제의 완화는 내부통제의 강화를 통한 ‘규제의 민영화’ 또는 ‘규제의 내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외부적 규제의 완화 정도와 비례해서 강화되어야 한다.<각주7> 내부통제의 의의와 범위는 특정 회사가 직면하는 위험의 의의와 범위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법에서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규제의 목적상 금융규제법은 내부통제에서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사항과 내부통제를 확보하고 이행할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내부통제의 주체와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절차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를 매우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2) 다만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은 명시적으로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라는 결과 지향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실효성 확보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으므로, ‘실효적인 내부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문언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목적론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정으로 통합되기 전의 구 은행법 등 6개 금융업별 개별 법령들은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과 같은 방식으로 내부통제기준 관련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모두 ‘내부통제기준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을 뿐이었고, 현행 은행법령, 자본시장법령, 금융소비자보호법령 등 추가로 일부 개별적인 내부통제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을 정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은 사용하고 있지 않다. 위 표현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입법으로 반영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제정 과정에서 추가된 것이므로, 위 규정을 통하여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업계에 내부통제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충분한 자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규제범위를 좁히고 자율적인 영역을 만연히 넓히는 방향으로 위 규정을 해석할 경우, 미흡한 내부통제기준에 관한 사전적인 제재 및 시정의 가능성이 줄어듦으로 인하여 자칫 금융사고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3) 특히, 내부통제기준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할수록 대규모로 그 업무가 분화되어 있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나 이사들은 민사법적으로 이사들에게 부여되어 있는 감시의무 이행을 다한 것으로 보게 될 여지가 커져, 적어도 감시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등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추급당할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면서 최고경영자나 고위 임원들에 대한 제반 정보의 통지절차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을 경우, 내부통제기준은 이미 마련하였으니 그 감시의무는 다하였으되 최고경영자나 이사들은 몰랐다는 이유를 들어 그 감시의무와 관련한 법적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방편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법상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부담과 관련하여 볼 때,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중 이사와 최고경영자에 대한 각종 정보의 유통과 통지 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바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지위에 있는 회사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각주8>

 


3.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규정의 해석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예금자, 투자자, 보험계약자, 기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정성이라는 공공성의 고려가 규범의 주요한 보호 대상이 된다는 점(제1조)에서 일반 회사법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나아가 민사법적으로도 대규모의 일반 회사의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들에게는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할 의무가 이미 판례상 인정되고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834 판결 등 참조). 금융사지배구조법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금융기관에게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예금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될 사항으로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정한 사항(앞서 ‘법정사항’이라 칭하기로 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의 규범적 내용에는, 먼저 위와 같은 법정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 포함됨은 의미상 명백하다. 그리고 규정 자체로 이미 규범에 포함될 내용이 어느 정도 자족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조항들도 상당수 있으므로, 각 개별적 규정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법정사항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가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이행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령이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거나 추상적, 축약적 개념만을 사용하여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될 사항을 정한 경우, 단순히 법정사항이 형식적ㆍ외형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라는 형식적ㆍ외형적 기준만을 토대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기관 규제와 관련하여 역사적으로 유독 관치금융 등 과도한 규제 문제가 계속하여 제기되어 온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러나 또 다른 한편 금융기관 규제를 담당하는 고위 관료들<각주9>의 이른바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 문제가 그 퇴임 후 취업 문제와 연관되어 사회적 문제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고, 금융기관이 예금자 등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도외시한 채 그 실적만을 좇거나 경영진이 그 욕망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는데도 그 ‘탐욕’에 제동을 걸어줄 수 있는 실효적인 자율적 내부통제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에 맞추어 제대로 된 규제가 적시에 실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였거나 사전에 이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형태의 금융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하여는 회의적인 시각에서 문제 제기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바 있다. 이러한 비판과 궤를 같이 하여, 현실에서도 실제로 불특정 다수의 금융소비자가 대규모로 피해를 보고 그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해할 우려까지 생기는 금융사고 역시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령이 유독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라는 문언을 명확하게 추가한 그 규범적 함의를 결코 가벼이 볼 수는 없다. 내부통제규범 마련의무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이 부분 문언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취급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사지배구조법령이 정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의 내용에는 앞서 본 법정사항을 형식적ㆍ외형적으로 포함해야 할 의무뿐 아니라, 더 나아가 외견상 형식적으로나마 그 법정사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법령이 해당 사항을 포함하도록 한 목적과 취지 및 입법기술의 한계, 추상적 규율조항을 둘 불가피성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에 관한 핵심적 사항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해당 법정사항에 대한 흠결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그에 따라 해당 부분에 대한 규범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법정사항의 최소한의 중핵이 되는 핵심이 빠져있다면, 아무리 외관이나 그 변죽만 갖추어 형식적으로는 해당 법정사항을 다 포함한 것으로 그 외형을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는 법정사항을 흠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실질적 중핵 요소에 대한 고려는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각호 및 그 위임에 따른 고시규정의 내용과 문언 및 취지에 따라 각 규정별로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사실 이처럼 실질적 측면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이미 법령의 해당 각 조항의 내용을 살펴볼 때 법령이 이를 당연히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1호만 보더라도 “업무의 분장 및 조직 구조”를 규정하고 있는데, 가령 금융회사가 그 이사회에 오르기 전 단계의 모든 의사결정을 법적 근거도 없는 예컨대 ‘그룹기획실’에만 몰아준다든지, 금융회사가 준법감시인이나 감사위원회 등의 업무로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법상 특별한 근거가 없는 회사 내 특정 부서에 관련 업무를 몰아주는 것으로만 규정하거나, 업무 분장에서 대표이사에 대한 내용으로는 아무것도 규정하지 아니한 채 주요한 책임을 그 아래 특정 직책에 있는 사람에게 몰아준 경우, 금융회사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였다고 하여 위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규범마련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다.<각주10> 또 다른 예로서, 제19조 제1항 제2호는 “임직원이 업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하는 절차”를 법정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가령 내부통제기준이 “모든 임직원은 신의성실에 따라 그 업무를 처리한다. 자세한 내용은 법령에 따른다.”는 식으로 위 절차 규정을 마련하였다면, 형식적으로는 준수 절차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실질적으로는 제2호에 따른 법정사항을 흠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또한 가령, 제11호는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광고의 제작 및 내용과 관련한 준수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이 법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할 때, 이 법정사항의 핵심적 중핵이 되는 요소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광고를 제작할 때 금융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거나 그 위험성을 오인하도록 할 만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도록 할 최소한의 준수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함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비록 법문상 이러한 요소를 명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러한 해석은 법문만으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한편 제19조 제1항 제9호처럼 법정사항의 핵심적 기준이 되는 내용을 법문 자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제공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위 제9호는 “준법감시인의 임면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비교적 규범을 정해야 할 대상이 협소하고 명확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 실질적 요소에 대한 고려 등으로 그 흠결을 메워야 할 간극은 상대적으로 훨씬 협소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법정사항 흠결 여부를 가리는 핵심적 주요사항이 무엇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제정 이유와 취지에 기초한 다음과 같은 ‘내부통제원리’를 특히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법령이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강제한 핵심적인 이유는, 금융회사 내부의 기관 간 업무와 책임의 독립적 분장을 통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금융회사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투영되도록 함으로써, 경영진으로 하여금 법이 목적하는 바에 따라 예금자, 금융소비자 등 제반 이해관계인의 이익까지 함께 고려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금융기관의 탐욕을 내부적ㆍ자율적으로 견제할 뿐 아니라, 사후적으로도 이러한 의사결정의 적법성 내지 적절성이 자체적으로 점검(review)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5호는 이미 그 핵심적 전제사항으로서 경영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을 그 법정사항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와 궤를 같이하여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1항 [별표 2] 역시 이러한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구체적으로 보면, 그 제1호에서 금융회사는 내부통제에 관한 이사회, 경영진 및 준법감시인 등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여야 하고, 내부통제업무를 위임할 경우 위임받은 자와 위임한 자를 명확히 구분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제6호에서 업무절차는 적절한 단계로 구분하여 집행되도록 설계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통제원리’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예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예컨대, ①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1호와 관련한 핵심적 주요 부분에 대한 실질적 판단 기준은,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과 책임 소재가 분명하게 가려질 수 있을 정도의 조직적 분화와 독립이 ‘최소한이나마’ 이루어져 있는지 여부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나아가 ②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13호 및 그에 따른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2항 제4호는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및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및 시장질서 유지 등을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업무절차에 대한 사항”을 법정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상품을 선정하고 실제 판매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이하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라 한다)를 위해 준수하여야 할 업무절차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목적은 금융회사를 자유방임(laissez-faire)하거나 단순히 시장에 맡겨둔다고 해서 저절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므로, 여기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준수해야 할 업무절차에는 의사결정에 관한 견제적 기능을 담당하는 절차가 당연히 포함된 것으로 새길 수밖에 없고 이는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나아가 이러한 견제적 기능을 담당하는 절차에서 검토된 내용과 결과가 해당 금융상품의 선정과 판매를 판단하는 최종적 의사결정과정에 전달ㆍ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는 위 제4호 업무절차에 관한 사항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봄이 타당하다. 이와 같은 절차는 바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것으로서 금융기관과 경영진의 욕망 견제 및 내부통제 기능을 최소한이나마 담당하도록 하는 업무절차의 중핵이 된다.


요컨대, 위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2항 제4호가 규정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업무절차의 핵심적인 주요요소는, 단순히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최소한의 실체적 준수사항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금융상품 개발 또는 개발된 금융상품을 실제 판매로 이어지도록 선정ㆍ채택하는 최종적 의사결정과정에서 금융기관 및 경영진의 탐욕에 제동을 걸어주고 금융소비자 등 보호를 고려하게 하기 위하여 ‘최소한 갖추어야 할 견제적 기능을 담당할 절차’와 그러한 견제적 기능과 관련한 정보가 해당 상품 선정 및 판매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과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하여 ‘최소한 갖추어야 할 정보유통과정이나 절차’까지 포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종합하자면, 구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각호 및 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2항 각호가 정하고 있는 개별적 법정사항이 흠결된 것인지 여부는, 단순히 형식적 기준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법정사항의 중핵이 되는 핵심적 주요 부분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후, 그 기준에 따라 해당 법정사항이 실질적으로 흠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예측 가능성의 한계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핵심적 주요 부분이 무엇인지를 가리는 기준은, 법정사항의 내용을 정한 위 각 규정의 문언과 내용, 규정 취지와 목적,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원리, 해당 법정사항에 대한 추상적 규율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규정 취지와 내부통제규범을 두도록 한 목적을 가능한 한 살리되 객관적인 예측 가능성을 해치지 않도록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금융사지배구조법령의 문언과, 법치행정의 원리 및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아울러 고려할 때, 그 밖에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실체적 내용에 관한 결정 기준이나 업무의 세세한 내용 및 그와 관련한 세부적 절차에 대하여는 법령의 제정권자들이나 규제기관 스스로도 사전에 예측하여 모두 포괄하는 방식으로 규정할 수 없고, 이러한 사실상의 예측의무를 수범자에게 부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종류의 내부통제기준은 형식적, 실질적 측면에서 법령이 규정한 문언적 내용이 일단 다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운영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세부적, 실무적 사항 등이 내부통제기준에서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그 내용이 다소 충실하지 못하다거나 미흡하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금융기관과 관련한 특정 사건이나 행태가 벌어진 이후에 이를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내부통제기준에 포함될 법정사항을 흠결하였다고 만연히 단정 지어서는 아니 된다. 나아가 전형적이지 않고 사전 예측이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지엽적, 돌발적, 비전형적 직무 관련 부당행위나 불법행위 및 주의의무위반 행위들에 대하여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내부통제기준에 사전에 예측하여 이 모든 사항을 세세하게 미리 포함시킬 것 역시 요구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