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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읽는 Business Issue/판례 산책

[민사판례] 정류소에서 판매한 승차권의 수수료는 누구에게 가야 하나?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19다238947 판결)

by 백변호사 2023. 8. 5.

# '터미널'과 '정류소'를 키워드로 하는 판결입니다. 

 

 

어릴 적 시외버스는 꿈과 낭만이었습니다.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 혹은 덜 익숙한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가 주었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승차권이 필요합니다. 종이 위에 요금과 행선지 출발시각, 좌석번호 등이 적혀 있는 것인데, 지금도 마찬가지겠지요? 

 

요즘은 티머니 같은 전용앱 등을 통해서 전자발매도 된다고 하고 매표시설도 키오스크로 대체되고 있어서 매표소를 둘러싼 풍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판결문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살펴볼 판결은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19다238947 판결입니다. 올해 선고된 따끈한 판결이고요, 대법원 판례공보에도 실린 중요판결입니다. 

 


 

원고는 터미널사업자이고, 피고는 보시다시피 버스회사입니다.

 

 


 

# 판시사항과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판시사항]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46조 제1항 본문에 따라 터미널사용자가 터미널사업자에게 판매를 위탁하여야 하는 승차권에 ‘정류소에서의 승차를 위한 승차권’이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46조 제1항 본문은 “터미널사용자는 터미널사업자에게 승차권 판매를 위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항 단서는 “다만 여객의 편의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운송사업자가 직접 판매하거나 터미널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승차권 판매를 위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 터미널을 사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자(이하 ‘운송사업자’라고만 한다)로 하여금 승차권을 반드시 터미널사업자를 통하여 승객에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위 조항 본문에 따라 터미널사용자가 터미널사업자에게 판매를 위탁하여야 하는 승차권은 터미널에서의 승차를 위한 승차권(이하 ‘터미널승차권’이라 한다)에 한정될 뿐 정류소에서의 승차를 위한 승차권(이하 ‘정류소승차권’이라 한다)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여객자동차법 제46조 제1항 본문은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의 주체를 ‘터미널을 사용하는 운송사업자’로 한정할 뿐 모든 운송사업자에게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더욱이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면허 내용에 따라 터미널을 기점으로 삼지 않는 시외버스 노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위 조항 본문에 따른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는 운송사업자가 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우에 터미널사업자에게 그 터미널의 이용과 관련 있는 터미널승차권의 판매를 위탁해야 한다는 뜻으로 봄이 자연스럽고, 위 조항 본문에서 판매를 위탁해야 하는 승차권의 종류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보기 어렵다.

② 여객자동차법 제5조 제1항 제2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항 [별표 2]에 따르면, 정류소 부대시설인 매표시설은 원칙적으로 운송사업자가 설치할 것을 예정하였다. 운송사업자가 설치한 정류소 매표시설의 운영에 관하여는 여객자동차법상 다른 규율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정류소 매표시설의 운영권은 매표시설을 설치한 운송사업자가 가지는 것이므로, 여객자동차법은 정류소승차권의 판매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운송사업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③ 여객자동차법 제46조 제1항 본문이 터미널사업자에 대한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를 부여한 입법 목적은 승차권 판매 창구를 터미널사업자로 단일화함으로써 승객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입법 목적은 정류소승차권 판매에 대해서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나, 여객자동차법 제4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의 대상이 ‘터미널승차권’에 한정된다고 해석하더라도, 위 조항 본문에 따라 당연히 운송사업자가 터미널사업자에게 정류소승차권 판매를 위탁해야 할 의무가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관할관청은 위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재량 행사를 통해 정류소승차권의 판매권을 터미널사업자에게 부여할 수 있으므로, 위 입법 목적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구현될 수 있다.
④ 따라서 ‘승차권 판매 창구 단일화’를 달성하기 위하여 여객자동차법 제4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 대상에 ‘정류소승차권’이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은 문언의 해석 또는 합목적적 해석의 관점에서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 사건의 핵심 쟁점

 

이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승차권 위탁판매 수수료 청구의 소’라는 제목의 민사사건입니다. 민사소송인데, 판결문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행정소송의 향기가 납니다. 교통행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의 관련 조문에 대한 해석 문제가 쟁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터미널 사업자(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사업주체입니다)는 운송사업자(OO고속과 같은 이름을 단 버스회사입니다)를 상대로 승차권 판매수수료 상당액을 지급(정확히는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입니다)해 달라고 청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좀 특이합니다. 버스터미널 내에서 판매된 승차권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시외버스는 승객편의를 위해 터미널 인근 또는 주요 지점에 중간 정류소를 두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그 정류소에서 판매된 승차권에 대한 것입니다.

 

터미널측은 여객자동차법상 정류소의 경우에도 의무적인 승차권 위탁판매 대상이므로, 버스회사가 정류소에서 판매한 승차권 수입에 대해서도 판매수수료(판매액의 10.5%)를 자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피고인 버스회사는 법률상 그런 의무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기각을 구하였습니다.

 

 

 

터미널이 아닌 정류소에서 판매된 승차권에 대한 판매수수료는 어떤 기준으로 분배해야 할까요?

 

 


 

# 대법원의 판단

 

이 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터미널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승차권 판매수수료는 ‘터미널승차권’에 한정되고, ‘정류소승차권’에 대해서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었습니다. 법률에 대한 엄격한 해석론과 입법목적, 관할관청의 감독권한과 같은 여러 사정까지 두루 살펴 보더라도 다른 해석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판결 이유 중에 특히 눈에 띄는 한토막을 뽑아봅니다. 

 

여객자동차법 제46조 제1항 본문이 터미널사업자에 대한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를 부여한 입법목적은 승차권 판매 창구를 터미널사업자로 단일화함으로써 승객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류소승차권 판매에 대해서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나, 여객자동차법 제46조 제1항 본문에 따른 승차권 판매 위탁 의무의 대상이 ‘터미널승차권’에 한정된다고 해석하더라도, 위 조항 본문에 따라 당연히 운송사업자가 터미널사업자에게 정류소승차권 판매를 위탁해야 할 의무가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 관할관청은 위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재량 행사를 통해 정류소승차권의 판매권을 터미널사업자에게 부여할 수 있으므로, 위 입법목적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구현될 수 있다.

 

이 판시를 보게 되면, 추측이기는 하지만 관할관청이 터미널사업자가 바라는대로 재량을 행사해 주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판시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터미널측이 행정재량의 문제로 접근하지는 않은 것도 같습니다.

 


 

# 시사점과 생각해 볼 문제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여객자동차운송업은 현재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방 곳곳에서 터미널사업자가 폐업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노년계층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편의를 도모하면서도, 아울러 터미널운영에 필요한 수익성도 확보하고 그럼으로써 사업을 계속 영위하도록 하여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터미널이라는 공공재를 어떻게 보호하고 육성할 것인지는 입법적 과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 판결을 보면서 법논리적으로는 응당 수긍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편면적인 사정들만이 재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앞서도 말했듯이 이 사건이 행정소송이 아니고 민사사건이기 때문에 변론주의의 틀 안에서 심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