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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인사이트/ESG

[법률인사이트] 대표이사의 연임 제한에 관한 소고

by 백변호사 2023. 8. 16.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의 임기는 통상 3년입니다(간혹 2년 등 그보다 짧은 기간으로 정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상법은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제383조 제2항)라고 하여, 주식회사의 이사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표이사가 3년을 초과해서 계속해서 연임할 수 있을까요?
 
상법은 이사의 ‘연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그 임기를 3년 이내라고만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위 규정은 다시 말하자면, 이사의 연임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뜻도 됩니다.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에서 이사 중에서 선임되는 지위이므로, 회사의 정관이나 이사회의 운영규정 등에서 달리 정해둔 것이 없다면 6년이고, 9년이고 관계없이 연임할 수 있습니다.
 
상법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지만, 상업등기규칙은 이사의 ‘중임’에 대해서 별도의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주식회사의 이사에 관하여는 4가지 등기방식이 허용되는데, ‘취임등기’, '중임등기', '사임등기', ‘퇴임등기’가 그것입니다(제130조, 제154조 제2항, 제104조 제1항). 이러한 등기방식에 따라 이사나 대표이사가 연임하는 경우에는 중임등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국내 상장회사 중에는 대표이사의 연임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방식은 연임제한 규정을 정관에 두는 경우도 있고, 이사회 규정으로 두거나 일종의 불문율에 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기업 중에는 주식회사 유한양행이 대표이사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정관에 임기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살펴본 바로는 정관에 그러한 조항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연임제한에 관하여 정관에 명시적인 근거를 두고 있는 경우로는 KSS해운이 있습니다. 흔치 않은 사례인데, 해당 회사의 정관조항을 그대로 가져와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KSS해운 정관

위 정관 조항에서 보는 것처럼, 대표이사의 임기는 재선임시 6년을 넘을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이는 이른바 종업원 대표제를 채택하기 위한 창업주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너십으로 흔히 표현되는 창업주 가족에 의한 경영승계 방식에 크게 의존하는 경영 풍토가 여전히 견고합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현대 기업경영의 기본 원리에서 보았을 때는 다소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국내 주요 기업 중에서도 이른바 총수 없는 기업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 전문경영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다수의 기업이 집단을 구성해서(기업집단), A라는 사업도 하면서 그와 동시에 수직, 수평적으로 연관성을 갖는 B라는 사업을 영위하고, 그 과정에서 시너지(경영학적으로는 이와 같이 표현하지만, 국내 현실에서는 주로 내부거래나 사업기회제공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듯 합니다)를 발생시키는 것이 대규모기업집단화의 성공열쇠 중 하나였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물론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공방식은 그러한 집단화된 비즈니스체인에 직접 들어가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접속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않은 많은 다른 기업들을 배척, 배제하게 되는 것이 한편으로 사실입니다. 모바일과 플랫폼의 성장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출사표를 던지고는 있으나,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경영이 뿌리를 내리고 토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능력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전제에서 회사의 경영자 혹은 대표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크게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장기적인 비전추구를 위해 계속 연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요?
 
앞서 보았듯이, 상법 등 관련 법률 상으로는 중임의 형태로 연임이 제도적으로 보장됨은 물론, 현실에서도 ‘회장’, ‘부회장’, ‘사장’ 등의 직함을 달고 1회 임기 종료 이후에도 계속 재임하는 사례를 매우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이 언제나 모든 경우에 있어 능사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기업이 영속적인 법인으로서 실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실체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인재 역시도 계속적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사업의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지배권이 주기적으로 변경됨으로써 다른 관점이 유입되고 실행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표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제도는 회사의 경영여건 등에 따라 적절히 고려해 볼만한 의미를 갖는다고도 보입니다. 물론 그 전제로서 산업 전반적으로 오너십하의 경영 관행에서 적어도 일정 부분 탈피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당해 사업에 관한 전문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후보자들도 충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간 우리나라가 주로 대규모기업집단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다양한 사업군에서 독특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된 방식처럼 총수 1인에 의존적이기보다는 전문경영자에게 보다 기회가 주어지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마련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