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란 “투자자나 기업이 투자나 경영 의사결정을 할 때 재무적 사항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사항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투자자나 기업이 사업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ESG는 여기에 더해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것이 투자자의 장기적 투자 이익 증대나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처럼 ESG 논의는 투자자나 기업의 이익 추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나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기업의 사업 내용 자체를 친환경, 친사회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정준혁(서울대 교수), "ESG는 CSR·준법 경영과 왜 다른가", <한경비즈니스>, 2022. 3.
ESG라는 용어가 기업경영에서 아주 흔하게 쓰이고 있고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ESG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나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가령, CSR이나 준법경영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법률가의 시각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코멘트는 ESG의 핵심을 짚고 있습니다.
ESG 활동은 투자 의사결정, 또는 경영상 판단에 있어서 숫자로 대변되는 재무적 요소 외에 비재무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류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해법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ESG를 이해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실무상 통용되는 준법경영 이상의 폭넓은 노력을 요구합니다. 준법경영이 기본적으로 법률의 준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임에 반해, ESG는 경영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합의나 요구, 제시기준, 심지어 일종의 의견까지도 고려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측면에서 국회와 같은 입법기관이 제정한 법률(Hard law)과 대비하여 연성규범(soft law)이라고도 하는, 각종 기준이나 규범, 원칙 등이 ESG 활동의 고려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그 지리적 한계 역시도 국내로만 한정되기 보다는 글로벌로 확대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가령,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하여서는 상법 등 관련법률이나 그간의 실무상 소수주주의 권한행사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했고 그 영향력 역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ESG라는 큰 흐름에서 볼 경우, 이제는 소수주주가 회사에 대하여 제기하는 보편타당한 주장을, (심지어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법률적 한계와 테두리로만 가둘 수는 없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이 그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성장은커녕 장기적인 존속마저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 역시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을 보았을 때, ESG가 기업경영에서 초과적인 부담만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기 쉽습니다. 필요한 이상의 과한 부담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론적인 영역을 떠나 이미 경험적, 현상적으로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추상적인 가능성이나 위험이 아닌, 치명적이면서도 임박한 위기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상이변 등 전지구적인 위기신호가 계속 반복되고 또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경우 그 결과가 미칠 파장은 도저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 파장은 어느 개인의 재산이나 안전, 생명의 문제와 같은 마이크로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가 이룩해 온 문명 전체의 해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 역시도 배제할 수 없는 단계에 서서히 이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ESG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정면으로 직면하고 돌파해야 하는 중차대한 이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처한 환경과 현실을 보았을 때 ESG에 대한 접근과 해결방식 역시도 국가간 협력 보다는 힘과 경쟁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나 EU 등 선진경제가 축적된 역량과 노하우를 토대로 이슈와 기준을 선점하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나 기업은 아직 인식이나 역량이 그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적으로만 보더라도 법률이 정하고 있는 테두리를 '최소'한의 기준이 아닌 '최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아직 여전합니다. 예를 들면, 지난번에 다루었던 주제 중에서 자기주식의 활용도 같은 맥락입니다. 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취지는 주주이익의 환원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함에 방점이 있는데, 기업경영의 실무에서는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전용되곤 하는 모습이 그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최근에 크게 부각된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나 '순살아파트'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문제는 존재하는 최소한의 설계, 건축 기준마저도 준수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국내의 대표적인 건설사업자라고 하는 기업들이 당사자로 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대한 평판과 신뢰를 심각하게 추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존재하는 기준과 법률을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으로 인식했더라면, 이와 같은 중대사고들이 벌어졌을 것인지 깊게 새겨보아야 할 일입니다.
ESG는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라고도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경쟁은 언제나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법률을 최소한의 기준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준수해야 하는 최대한의 것으로만 인식하는 방식으로는, 발전이 아닌 퇴보만이 기다릴 것이라는 점을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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